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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캐슬/BL/우주기준서준] 샘플 일부 공개

고랄(@goralijotbural) 님께서 신청하신 커미션 샘플 일부 공개합니다.

언제부터였지. 서준은 가만히 생각했다. 이 감정이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언제 이렇게 자라났을까. 어두운 방 안, 침대에 앉아 서준은 가만히 기억을 더듬었다. 어렸을 때부터 서준과 그의 쌍둥이 형제 기준은 항상 붙어 다녔다.


유치원을 다니던 시절에도 두 사람은 손을 꼭 잡고 함께 다녔다. 어린 시절 서준은 제 형제의 곁에 누군가 다가오는 게 싫었다. 그때는 기준이는 내 건데. 이렇게 유치한 생각도 하고는 했다.


“기준아, 항상 나랑만 놀 거지?”

“그러면 내가 너랑 놀지 안 놀겠냐?”


이런 대답을 들을 때면 가슴께가 간질간질해서 괜히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무어가 그리 웃기느냐고 기준이 달려들 때도 있었지만, 그런데도 웃음이 멈추질 않았었다.


서준이 머리를 부여잡고 고개를 숙였다. 터져 나오는 울음을 멈출 수 없어, 서준은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엉엉 한참을 울고 나니, 마음 한편이 후련해졌다. 기준에 대한 감정이 없어진 건 아니었지만. 벌써 열일곱인데 이렇게 애처럼 울다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화장실에 들어가 찬물로 세수하고 나온 서준은 그 앞에 서 있는 기준을 보고 화들짝 놀라, 넘어질 뻔했다. 기준이 순발력 있게 다가와 잡아주지 않았다면 그대로 자빠졌을 것이다.


“고마워…….”

“야, 형! 정신을 어디다 빼두는 거야! 넘어질 뻔했잖아!”


미안. 작게 사과를 하고 기준의 도움을 받아 몸을 바로 세우던 서준이 움찔, 굳었다. 저보다 키가 더 큰 몸을 지탱하느라 기준의 살짝 찡그리는 표정이 보였다. 서준은 화악, 붉어진 얼굴을 애써 돌려 가리며 몸을 바로 세웠다.


“고마워.”

“알면 잘해.”


퉁명스럽게 답한 기준이 서준을 지나쳐 화장실로 들어갔다. 서준은 잔뜩 달아오른 뺨을 손등으로 누르며 다시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마음이라는 게 그랬다. 겨우내 잠들어있던 꽃씨가 봄이 다가오면 아무도 모르는 새에 어여쁜 꽃망울을 터뜨리는 것처럼 마음 또한 미처 알지 못한 사이에 풍선처럼 잔뜩 부풀어, 곧 터져버릴 만큼 커다래지는 게 그랬다.


서준은 제 안의 풍선이 터지지 않도록 꼭꼭 숨겨야겠다고 다짐했다. 터져버려 그 안에서 미처 담지 못할 감정이 흘러나오면 후회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괜스레 푸스스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래도 항상 옆에 있을 수 있으니 서준은 이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절대, 마음을 내보이지 않아야지. 단 한 톨도.


그런데 이럴 줄 알았으면 미움받더라도 사이를 갈라두는 것이었는데. 서준이 부리부리한 눈으로 방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단지 한가운데 위치한 농구장이 보였다. 우주와 기준이 함께 농구를 하는 모습에 쾅. 소리를 내며 창문을 닫았다.


돈독했던 기준과 자신의 사이에 끼어든 우주의 존재가 서준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버지의 엄명으로 예서와 함께 회장선거에 나가게 된 것부터가 잘못이었을까? 예서가 회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은 아니었지만, 우주가 우리 둘의 사이에 끼어들 것을 알았다면, 그래서 기준과 우주의 관계가 더 깊어질 것을 알았다면 서준은 아버지에게 얻어맞는 한이 있더라도 하기 싫다, 반항을 했을 것이었다.


그런데도 서준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은 기준이 우주를 상당히 마음에 들어 했기 때문이었다. 기준이에 대한 우주의 마음을 눈치챘음에도 서준이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이유는 그것 때문이었다. 그래서 서준은 이 꼴사나운 질투를 고이 접어두기로 했다. 괜히 죄 없는 기준이에게 화풀이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마음을 내보이지 않기로 결심하지 않았던가. 서준은 눈을 감고 감정을 갈무리했다. 시간이 조금, 필요할 것 같았다.




요 며칠 사이 기준은 서준이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다. 회장선거를 치르면서 서준이 우주와 조금 서먹해진 감은 없지 않아 있었지만, 대놓고 우준 뿐만 아니라 자신도 피하고 있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


교실로 찾아갈 때면 늘 웃으며 반겨주던 서준의 모습이 보이지 않은 지 일주일째였다. 집에서도 스터디룸에서 아버지와의 공부 시간이 아니면 얼굴을 보기 힘들었다. 무어가 그리 바쁜지 학교에서도 늦게 하교하기 일쑤였고 방 밖으로 잘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기준은 조금 서운했다. 회장선거 때문에 우주와 다녔던 것 때문일까? 자신을 도와주지 않아서? 하지만 서준이 그런 이유로 자신을 피할 것 같진 않았다. 애초에 회장선거에 나가고 싶어 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예서가 당선되길 바라지 않았으니까.


“나 들어간다.”


기준이 서준의 방 앞에 서서 말하더니 그대로 문을 벌컥 열었다. 책상 위에 엎어져 있던 서준이 인기척에 화들짝 놀라며 그대로 몸을 일으켰다. 기준이 성큼성큼 걸어가 그 책상 위에 걸터앉았다.


“도대체 뭐야?”

“……뭐가?”

“왜 나를 피하는 건데? 선거 안 도와줘서 그래? 그것 때문에 지금 서운한 거야?”

“그런 거 아니야.”


아니긴 뭐가! 말을 해줘야 알지. 기준은 자신의 얼굴을 보지도 않고 고개를 숙이며 말하는 서준의 턱을 잡고 힘을 줘 고개를 젖혔다. 울었는지 눈가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뭐야, 울었어?”

“어…? 아니야. 그냥 좀 피곤해서 그래. 요즘, 일이 많아져서.”


서준이 자신의 턱에서 기준의 손을 떼고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에 화가 난 기준이 책상에서 내려와 가만히 서서 서준을 노려보았다.


“나 차기준이야. 네 형제라고! 항상 함께했던 형제! 그런데 왜 나한테 말하지 않는 건데?”

“그래, 너는 내 쌍둥이 형제지. 항상 함께 해왔던. 그래서? 내가 그래서 네게 말하지 않는 것이라고는 생각 안 해봤어?”

“뭐…?”


서준의 말에 기준이 충격받은 얼굴을 했다. 내가 형제라서 말을 못한다고? 씩씩. 화가 난 기준의 얼굴이 붉어지며 숨이 거칠어졌다. 쿵쿵거리며 서준의 방에서 나온 기준의 눈에 방울방울 눈물이 고였다. 거친 손길로 눈물을 닦아낸 기준이 휴대폰을 들어 우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주냐? 잠깐 나 좀 볼 수 있어?”

[응. 어디서 볼까?]

“농구장에서 봐.”

[응. 바로 나갈게.]


방에 들어가 겉옷을 거칠게 꺼낸 기준이 빠른 걸음으로 집 밖을 나섰다. 얼마 걷지 않아 기준의 눈에 천천히 농구장으로 걸어가고 있는 우주의 모습이 보였다.


“황우주!”

“아, 기준아.”


기준이 우주를 부르며 달려갔다. 우주가 저를 부르는 소리에 걸음을 멈추고 기준을 돌아보며 부드럽게 손을 흔들었다. 기준은 왠지 그 모습에 잔뜩 달아올랐던 기분이 착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그냥 나왔어.”

“그러면 내가 서준이랑 얘기해볼까?”

“네가?”

“응. 형제에게 하기 힘든 말이라면, 친구인 나에게는 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얘기해볼게. 너무 걱정하지 마. 별일은 아닐 거야. 너희 사이가 워낙 좋았으니까 서준이가 서운함을 느낄 수도 있는 거고 그게 아니어도 만약 큰일이었으면 너에게 바로 말했겠지. 서준이는 네게 많이 의지하잖아.”

“…그랬겠지?”


기준이 우주의 말을 들으며 말했다. 우주는 재차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기준을 달랬다. 기준은 우주의 말에 점차 마음이 진정되는 것을 느끼며 벤치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눈을 감았다. 햇살이 반짝거렸다.

주로 1차 창작 연성합니다. 조각글/단편소설/장편소설 주 장르는 로맨스판타지/BL 입니다. *현재 글 커미션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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